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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스타들의 감성 노트

draw-hee 2005. 10. 22. 08:55


모닝글로리의 스타 디자인 노트. 이 프로젝트의 발단은 ‘디자이너의 이름을 내건 디자인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오늘날 한국 디자인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대표주자들의 감각을 바탕으로 탄생한 이 노트들은 모닝글로리의 도움을 얻어 대중적이지만, 특별한 이야기를 지닌 제품으로 완성되었다.

선정된 7인의 ‘스타’들은 이러하다. 제품 디자인 분야를 대표하는 이노 디자인의 김영세 대표, 김철호 한국디자인진흥원(KIDP) 원장, 88올림픽 마스코트와 오늘날 유수기업들의 CI를 탄생시킨 김현 디자인파크 대표, 상업공간 트렌드 메이커로 감각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마영범 소갤러리 대표, 국내 자동차 디자인계의 상징적 존재 박종서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 한글 타이포그래퍼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안상수 교수,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선정되었다. 이들은 그저 기록하는 무언가가 아닌 디자인으로 이야기하며 쓰임새를 달리할 수 있는 노트를 만들었다. 모닝글로리가 새로운 방향성을 검증받기 위해 도전한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 디자인계의 현주소를 기록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제작자가 선택한 트렌드를 읽은 감성 노트, 마영범 대표의 ‘펠트노트’ 인간 친화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자연스러운 재질의 크라프트지와 펠트 커버를 사용했다.
책등에는 연필을 꽂을 수 있게 했다. 모닝글로리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제작을 담당했던 디자인연구소 최용식 대리는 가장 마음에 드는 제품으로 마영범 소갤러리 대표의 것을 꼽았다. 그 이유는 소프트한 제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의 추세를 반영했으며, 내지에 흔히 사용하지 않는 종이를 사용하였음에도 필기감이 우수하고, 사용자들에게 자유롭게 쓰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내지가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펠트 커버에 내지를 눌러줄 수 있는 요소를 첨가하는 것이라든지, 커버에 들어간 스티치를 100% 수작업으로 처리해 높아진 비용 절감의 문제, 디자이너가 원래 의도했던 재생지 사용에 대한 부분을 추가적으로 보완한다면 상품성이 더 높아지리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마영범 대표는 굳이 제품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단다. 그냥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프트하고 자연스러운 느낌 그대로를 담아내길 바라며 연필도 함께 마련해놓았다.


대중들이 선택한 실용적 디자인 노트, 김현 대표의 ‘나비, 꽃 도무송 노트’ 자연을 모티브로 따스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나비와 꽃의 색감을 잘 살릴 수 있게 커버에 아트지를 사용하고 탈부착이 가능하게 자석을 내장했다. 대중들이 가장 많이 손을 들어준 디자인이 바로 김현 디자인파크 대표의 노트라고 한다. 겉보기에도 큰 거부감 없이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디자인된 이 노트는 상업적인 논리로 사고하는 것에 익숙한 디자이너의 경험을 반영하고 있다.

김현 대표는 꽃과 나비를 이용한 표지의 느낌에 걸맞게 얇은 컬러 내지를 사용해 무미건조한 흰색보다는 따듯하고 친근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했다. 디자인의 포인트는 탈부착이 가능한 꽃, 나비 표지인데 제작과정에서 이 부분을 해결하는 데 몇 번의 실패가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한쪽에 자석, 다른 쪽에 철판을 내장해 접착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수작업인 데다가 자석들끼리 맞닿게 하기 위해선 N극과 S극을 잘 따져 넣어야 하는데, 그만큼 노동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적인 매듭으로 전달하는 고급스러움, 김철호 원장의 ‘매듭노트’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기 위해 천연 소가죽을 사용했다.
인디고 블루로 염색된 이 노트의 표지에는 한국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매듭 장식을 부착했다. 리필 가능한 크라프트 내지를 사용해 기능성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김철호 한국디자인진흥원장의 연륜이 녹아나듯이 차분하고 안정된 디자인이다.


바이오닉 노트, 박종서 교수의 ‘내추럴 노트’ 생물학적인 영감들과 유기체적인 것들에서 받은 영감으로 디자인하며, 이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오고 있는 박종서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는 나뭇잎을 모티브로 자연물의 형상과 색감을 이용해 디자인했다. 양산을 위한 제작 검증 단계에 있는 제품이라고 한다.


마음을 담아, 선물을 담아 전하는 이영혜 대표의 ‘선물노트’ 별모양의 타공이 핵심인 디자인으로 7가지 컬러의 내지로 사용자의 기분에 맞게 내용을 쓸 수 있도록 했다.
표지에는 삼화제지의 탄트지를 사용했다. 디자인하우스의 이영혜 대표는 노트에 담는 것이 비단 이야기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에 선물을 줄 때, 받을 때의 그 설렘을 기억하며 디자인된 노트. 겉보기엔 7가지 색상의 내지를 지닌 아기자기한 노트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노트를 열어 발견하는 작은 선물, 혹은 나만의 소중한 무언가는 기억 저편의 메모보다도 훨씬 더 사용자를 설레게 한다. 이 노트를 선물받은 이에게 7가지 컬러는 무지개를 의미한다. 마음속 무지개. 사용자의 심리 상태나 의도에 따라 다른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그렇게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선물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자신이 사용하고 싶은 디자인, 안상수 교수의 ‘베다 노트’ 손에 익숙하고 친근한 느낌을 주는 크기, 재질로 표현했다.
책등 부분의 재단 모양과 내지의 동그란 타공은 사용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에 가장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안상수 교수의 노트. 책등 부분의 비스듬한 절단면 2개가 맞닿으면 백두산 천지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노트 안에 있는 원형 타공은 사용자의 기분, 사용 시간 등에 따라 해 혹은 달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날씨에 빗대어 표현할 수 있게 했다. 마음이 흐린 날은 마치 햇살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것처럼 그린다든지…. 모닝글로리 제작팀은 안상수 홍익대학교 교수가 원하는 느낌의 표지 재질을 찾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미국의 유명한 원단회사 파이버마크의 비벨라 원단이었다.


하루 24시간의 기록, 김영세 대표의 ‘마이노트’ 내지에는 모닝글로리의 중성 노트지를 사용했으며, 표지에는 두성종이의 스타드림지를 사용해 메탈릭하고 도회적인 느낌을 의도하였다. 반원 모양의 내지를 펼치면 동그란 시계가 되고 그 안에 사용자들이 자신의 하루를 기록할 수 있게 했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 방학생활 계획표를 짜듯이 그려 넣다 보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메탈릭한 느낌의 커버는 단순한 형태의 지루함을 깬다. 2가지 색상의 노트가 한 세트로 구성된 패키지에는 낮과 밤의 구분도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냅킨에 스케치하고 메모를 했다던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가 가장 필요로 했던 노트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이 노트 안에서는 하루 24시간 중 어느 한 시간도 버릴 수 없을 것이다. 김영세 대표는 짧은 제작 기간에도 불구하고 모닝글로리와 중간 협의 과정에서 자신의 디자인을 완전히 뒤바꾸는 적극성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양산 과정에서의 이런 저런 면을 고려하면서 내린 결단의 결과 마이노트가 탄생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