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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세계 마천루의 역사가 바뀐다

draw-hee 2005. 10. 22. 08:49
2008년, 세계 마천루의 역사가 바뀐다



‘지구의 바벨탑’이 될 버즈 두바이의 조감도. 2008년 완공을 목표로 하루 최대 3500명의 인부가 동원돼 쉴 새 없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타워 안에는 레스토랑, 쇼핑몰, 사무 단지, 아파트 등이 들어서게 되는데 아파트의 최저 분양가는 평당 2000만원에 이른다.

800미터 이상의 높이로(수주 당시 타워의 높이는 700미터 이상이었으나 최근 두바이 정부는 100미터를 더 올린다고 발표했다) 세계 지붕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될 ‘버즈 두바이 Burj Dubai’는 두바이 신화의 완결판이다. 총 사업비 260억 달러에 이르는 이 세계 최고층 빌딩은 최고급 호텔(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디자인한 호텔도 세계 최초로 두바이 타워 안에 입성한다), 쇼핑몰, 엔터테인먼트 시설, 오피스 파크, 아파트, 전망대, 스카이 레스토랑 등을 첨단 부속품처럼 ‘탑재’하고 오는 2008년 그 위용을 드러낸다. 첨단 시공 기술이 총동원되어야 하는 기술적 어려움 탓에 시공사들(삼성건설도 시공사 중 하나다)은 연일 아이디어와 싸우는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두바이 시내 곳곳에는 자랑스러운 버즈 두바이의 조감도가 깃발처럼 나부끼는데, 그곳에 쓰여 있는 문구는 역사가 올라간다는 뜻의 ‘history rising’이다. 모든 계획과 건설이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는 탓에 타워의 높이가 정확히 몇 미터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타워 내 모든 시설의 분양은 시작 이틀 만에 깨끗이 마감됐다. 구약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노아의 자손들도 끝내 쌓아 올리지 못한 바벨 탑의 전설이 현실 세계인 두바이에서 실현될 판이니 세계는 두바이를 ‘또다시’주목한다.

모든 매머드급 스포츠는 두바이로 통한다
2002년 두바이 월드컵 경기 장면.


‘스포츠로 세계를 제패할 수 없다면 스포츠로 세계인을 끌어들이는 것은 어떤가.’창의적이고 독보적인 건축물과 함께 ‘두바이 PR’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은 막대한 상금을 내놓고 유치하는 세계 스포츠 이벤트다. 세계의 적토마들이 총집결해 600만 달러(약 60억)라는 어마어마한 상금을 놓고 경쟁하는 두바이 월드컵을 시작으로 타이거 우즈· 어니 엘스 등 미국 프로골프 대회 PGA를 점령하는 별들이 모두 참여하는 데저트 클래식, 샤라포바·로저 페더러·세레나 윌리엄스 등 세계 톱 플레이어들의 숨 막히는 경연장인 두바이 듀티 프리 테니스 토너먼트 Dubai Duty Free Tennis Tournament 등 두바이에서는 1년에 한 번 유치하는 것만으로도 여력이 벅찬 매머드급 스포츠 이벤트가 축제 행렬처럼 끊이지 않는다. 시민들은 약 4000필의 말 馬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지독한 말 마니아며 동시에 ‘두바이 신화 창조’에 인생을 건 셰이크 모하메드 Sheikh 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왕세자(두바이 국방장관까지 겸하고 있는 그는 두바이 최고의 권력자다)의 야심을 읽는다. 쇼핑몰에서 일하는 이리네 Irine가 말한다. “왕세자는 세계인들의 머릿 속에 ‘골프 하면 두바이’ ‘승마 하면 두바이’‘테니스 하면 두바이’ 하는 등식을 반사적으로 떠올리게 하고 싶은 것이다. 텔레비전을 통해 전 세계로 중계되는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당신은 두바이를 동경하게 될 것이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버즈 알 아랍



별 쏟아지는 밤, 바다를 항해하는 돛단배처럼 눈부신 호텔 버즈 알 아랍의 야경.

천문학적인 자본과 박제되지 않은 창의력의 산물인 버즈 알 아랍 Burj Al Arab이 탄생하게 된 이유는 단순, 명료하다. 오직 하나, 두바이를 세계 지도 안에 넣기 위해서였다. 두바이의 미래를 재단하고, 지금은 타계한 통치자 셰이크 라시드 Sheikh Rashid는 세계인의 심장에 ‘7성급 호텔이 있는 도시, 두바이’라는 등식을 동경처럼 새기고 싶었다. 이제 세계인들은 세계의 상징이 돼버린 건축물을 보기 위해 밀물처럼 밀려든다. 호텔은 오직 부를 누릴 줄 아는 사람들에게만 입장을 허락한다. 예약 넘버와 신원 확인 없이는 누구도 입성할 수 없으며, 모든 출입객은 ‘스마트 캐주얼’이라는 드레스코드를 엄수해야 한다. 청바지, 운동화, 슬리퍼는 허용되지 않으며 세계의 어느 미디어에도 더 이상 홍보를 하지 않는다(좀 더 정확히 말하면 더 이상 홍보를 할 필요가 없다). 호텔에 출입하는 방법은 숙박을 하거나, 오후 시간대에 있는 티타임을 예약하는 두 가지뿐이다. 까다로운 심사 기준 탓에 호텔 바깥에서는 미처 입성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수십 명의 관광객이 호텔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현지인들은 “방을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 10년 후의 날짜로 객실을 예약한 사람까지 있다는 소릴 들었다”며 혀를 내두른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것이 인생사라지만, 바로 그 때문에 세계의 부호들은 경쟁적으로 객실을 예약한다.

노출되는 것에 민감하지 않다, 여기는 두바이다




월드 플레이어인 두바이가 중동의 땅임을 인식케 하는 단 한순간, 검은 망토로 온몸을 가린 여성들과 조우할 때다. ‘밖으로 나타내는 것 이외에는 유혹하는 어떤 것도 보여서는 아니 된다’고 가르치는 코란을 따르는 탓에 대부분의 두바이 여성은 이슬람교의 상징과도 같은 차도르를 걸친다. 하지만 두바이 여인들의 패션과 명품에 대한 집착과 애정은 중동의 기준보다 한참 위다. 페라가모 구두를 신고, 불가리 시계를 차며, 구찌 핸드백을 든 여성을 보는 것은 한국에서 리바이스를 입은 청춘을 보는 것만큼이나 쉽다. 진한 화장과 명품 핸드백, 화려한 액세서리를 한 사진 속의 두 여인, 아스마 Asma(왼쪽)와 바드레야 Badreya(오른쪽)를 보라. 참으로 세련되고 도도하며 섹시하지 않은가. 바드레야가 말한다. “두바이에 있는 모든 것들은 중동과 다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무슬림 여인들이 카메라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지만 우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여기는 두바이다.” ‘두


바이의 기적’은 왕권에서 비롯된다



‘세계 속의 두바이’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지난 2004년 타계한 셰이크 라시드에 이어 장군 막시무스처럼 ‘두바이 군단’을 이끌고 있는 셰이크 모하메 드 왕세자(왼쪽).

현재 두바이의 최고 실력자인 모하메드에 대한 국민들의 신임과 존경은 절대적이다. 동네 이발소 같던 두바이를 세계 최고의 도시로 변모시키는 작업을 일사천리로 진행시키고 있으니 그에 대한 기우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치환된 지 오래다. 모든 아이디어는 그에게서 발현되며 그 계획과 포부를 실현시키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2000명의 전문가들이 전략과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왕세자가 실현하고 있는 모든 계획은 순전히 국민들을 위한 것이다. 이는 도심 곳곳에 세워져 있는 낙타와 말의 모형을 통해 상징적으로 알 수 있다. 왕세자의 동물, 특히 말에 대한 사랑은 대단해서 리조트와 골프장, 호텔, 시내 중심가에 형형색색의 빛깔로 공들여 만든 말 모형은 부처님 오신 날의 연등처럼 박혀 있다. 이것들은 그저 장식을 위한 소품이 아니다. 말 모형은 매년 정기적으로 정부에서 주관하는 자선 경매 행사에 출품되고 이를 통해 얻은 모든 수익은 불우한 이웃을 위한 자선기금으로 환원된다. 때로 강력한 왕권 통치는 나라를 만신창이로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 세계가 시샘하는 꿈의 국가로 변모시키기도 한다.

사막마저 여느 중동의 그것과 같지 않다



20여대가 넘는 사륜 구동 차량은 군무하듯 한데 모여 동시다발적으로 사막을 내달린다.

중동의 많은 지역에서 사막은 부분이 아닌 전체고, 오지가 아닌 삶이지만 두바이의 사막은 궤를 같이하지 않는다. 사막에서 불어온 모래 바람으로 외관이 더러워진 건물과 낙타를 타고 시내를 유람하는 관광객은 두바이에 없다. 그들 역시 사막을 보기 위해 30분가량 차로 달려야 한다. 그들에게나 우리에게나 사막은 삶의 오아시스다. 그곳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빛깔은 흰색이고 가장 관능적인 자연은 사막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깊고 순결한 자연은 몸속의 모든 기관이 탈장하고 백팔번뇌로 번잡한 가슴이 일순간 백지 상태가 되는 것 같은 황홀함과 취기를 느끼게 한다. 사막 위에 핀 꽃과 나비를 본 적이 있는가. 그것은 차라리 환영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열 지대처럼 공기 속에 무형의 ‘열꽃’이 피던, 너무도 아름다웠던 여름날의 환영. 멀리 사막의 롤러코스터라고 해도 좋을 사륜 구동 드라이브와 사막 파티, 낙타를 타는 관광객들의 벚꽃 같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뜨거운 바람을 맞고 뜨거운 모래를 밟으며 뜨거운 사막의 기운을 심장까지 전달받았던 나는 언젠가 다시 사막의 한가운데에 홀로 서게 되는 날, 나를 옭아매고 있는 모든 옷을 해방을 맞은 투사처럼 과감히 벗어던지리라.

세계 부호들의 투자 격전지, 주메이라 팜 아일랜드




야자수 모양을 본떠 만들어지는 주 메이라 팜 아일랜드의 조감도. 각 줄기마다 다채로운 주거 시설과 문화 공간이 통일성을 갖고 들어서게 된다.

현재 세계 부동산 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뉴스는 팜 프로젝트 Palm Project라 명명된 휴양 시설의 분양 건이다. 사실 두바이 만을 매립해 별장식 빌라와 사무실, 부티크 호텔, 쇼핑몰, 리조트, 레스토랑 등이 들어선 야자수 모양의 초대형 휴양지 세 곳을 건립한다는 계획(<도베> 2003년 2월 호에 상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은 2001년 5월에 발표되었지만, 그중 하나인 주메이라 Jumeira 팜 아일랜드가 내년 완공을 앞두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다시 불붙고 있다. 원래는 올해 완공 예정이었지만 복잡다단한 첨단 건축법을 사용해야 하는 탓에 1년가량 늦춰졌다. 이미 분양 3주 만에 한 채당 수십 억 달러를 호가하는 주메이라 섬의 모든 빌라와 사무실이 백화점 폐업 행사처럼 깨끗하게 동이 났지만 수십 억의 프리미엄을 지불하고서라도 빌라를 구입하려는 부호들의 문의와 ‘뒷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프로젝트 관련자는 “실제 적지 않은 주거 시설이 재분양되고 있다”고 밝혔다. 2006년 주메이라 섬에서는 꿈같은 머린 라이프가 시작된다. 사방이 걸프 만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빌라에서 눈을 뜨고, 요트를 타고 나가 낚시를 즐기며, 바다 한가운데를 매립해 만든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긴다. 해저 동굴에는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헤엄치는 수족관이 가득하고, 상공으로는 척력열차가 지나며, 세계 최고급 레스토랑과 쇼핑센터는 거주인들의 엔터테인먼트를 돕는다. 두바이는 단지 ‘살 만한 땅’이 아니다. 꼭 한 번쯤 경험하고 싶은 꿈같은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