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다른 집들과 달리 마당도 널찍하고 이모의 정성스런 손길로 집도 깨끗합
니다. 할머니는 이모의 부지런한 덕을 엄청 보고 사시는 것 같습니다. 어느 일본
며느리가 이렇게 부지런할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새로 가입한 逍遙園이라는 학생입니다.(나이 19세, 남학생임)
이번 여름 방학 때 15일간 일본 여행을 너무나 잘 다녀와서 이 수많은 이야기 거리들을 어디다가 풀어놓을지 몰라서 배회하던 중 이 까페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까페에 여름 방학 중 15일 동안 일본에 머무르면서 보고 느꼈던 기행문을 연재할까 합니다.
원래 일본 여행기 게시판에 올려야 바람직하겠으나 어디 까페를 가도 항상 자유 게시판에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므로 잘 볼 수 있도록 삶의 자유 공간 게시판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전형적인 일본인의 집을 소개하면서 일본인들의 보통 삶에 가까히 다가가 보려고 합니다.
소개하는 집은 물론 이모와 이모부, 그리고 할머니 이렇게 세 식구가 사는 다이고마찌의 집입니다.
화려한 관광지를 먼저 소개드리는 것 보다 평범하게 살고 있는 일본인 가정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유명짜한 관광지보다 일본인 가정의 보통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이 일본 문화 이해의 첫걸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집 앞도 뒤도 모두 산입니다. 사진을 찍은 이 날은 날씨가 무척 쾌청하여 구름의
윤곽도 매우 뚜렷했습니다.
제 이모는 1995년에 일본에서 지금의 이모부와 결혼하고 현재 이바라키현 구지군 다이고마찌에서 10년째 살고 있습니다.
이바라기현은 후쿠시마 공항에서 가까우며 도쿄와 약 3시간 거리로 수도권이고 한국의 영월처럼 산과 강, 계곡 등이 도처에 널렸습니다.
차를 몰고 좀 한참 나가면 가시마 임해 공업 단지와 쓰쿠바 연구 학원 단지가 나오는데 바다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아직 거기까지는 가보지 못했는데 다음에 일본에 가면 가볼 생각입니다.
쓰쿠바 대학은 국립대이고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명문대라고 합니다.
이바라키현은 이처럼 도쿄와 가까운데도 현청 소재지인 미토시를 제외하고는 전원적인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본인들이 몸서리를 치는 지진이나 태풍의 피해가 거의 없고 눈비도 많이 내리지 않아 살기가 아주 그만이라고 합니다. 10년간 살면서 이모는 한번도 지진이나 태풍을 겪지 않았다고 합니다.(그런데 제가 여기 있을 때 약간의 미진이 있어서 깜짝 놀랐었습니다)
모시던 시부모님 중 할아버지는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하시다가 돌아가셔서 안타깝게도 저는 일본 할아버지를 한번도 뵌적이 없답니다.
할머니는 현재 79세신데 정정하시고 시골 노인이신데도 참으로 단정하셔서 마치 태후 마마?!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분입니다.
이목구비가 뚜렷하시고 특별히 단장을 하지 않으셔도 아름다우시니 젊었을 때는 더 미인이셨을 것 같습니다.
온화하면서도 약간은 깐깐한 인상이 풍기시는 그런 분입니다.
거실에 있는 가미다나로써 일본에는 집안을 수호하는 신의 위패를 종이로 만들어
작고 예쁜 사당에 모십니다. 천장과 가까운 모서리 부분에 선반을 달아 미니 사당
을 설치하고 가운데 문을 열고 위패를 모십니다.
이모부는 현재 52세로 젊었을 때는 정말 잘생기셔서 무신 귀족의 후예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일본 전통 혼례를 올릴 때 멋진 남자 기모노를 차려입은 이모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마을 마쓰리 할 때 제의를 입고 친구들과 찍은 개구쟁이 같은 모습도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모한테도 엄청 자상하셔서 항상 준꼬~를 연발하시며 사랑스러운 듯 불러댔습니다.
이모랑 스킨쉽도 엄청 잦고 이모가 가는 곳에는 어디든 따라다니신다고 합니다.
이모가 이케바나(꽃꽃이) 자격증을 따려고 학원에 다닐 때만 빼고 늘 따라 다녔다니 정말 애처가시지 않나요?
제가 밤에 출출해서 이모와 둘이서 차를 타고서 세븐 일레븐에 가서 간식 좀 사오려고 하는데 둘이서만 가냐며 이모부도 따라왔습니다. ㅋㅋㅋ
이모의 이케바나 자격증입니다. 별채 선반에 있었습니다.
거실의 격자문입니다. 더운 여름에는 활짝 열어둡니다. 저는 도코노마가 보이는
이 거실에서 15일 내내 잠도 자고 책도 읽었습니다. 별채에서 자려해도 자꾸 이
모부께서는 거기다가 재우면 버려두는 것 같다며 여기서 자라고 하셨습니다. 혹
시 지진나면 큰일이니까 윗층에서 자는 것을 극구 말리시는 겁니다.
어쨋튼 이모 앞으로 저축도 붓고 계시고 노인정만 갔다 하면 이모 자랑에 침이 마르시는 할머니와 이모만 쫓아다니는 이모부...울 이모는 엄청 복받은 여자랍니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좋은 시어머니와 남편을 만나지 못할 겁니다.
이모가 음식을 대충 내놔도 타박하지도 않고 안타까운 일지이만 이모가 아직 아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서운한 내색을 하지 않으신다는 할머니와 이모부!
한국같으면 소박?감 아닐까요?^^
그러나 이모는 헤아릴 수 없이 광활한 이 집안의 땅을 관리하는데만 해도 무척 힘이 들어 푸념을 자주 늘어놓습니다. 너무 땅이 넓어 일부 팔기까지 했다는군요.
이번에 제가 일본에 갔을 때는 일본의 추석인 오봉이 다가오고 있어서 집 외벽 청소, 잡나무들과 잡풀들을 다 베어서 태우기, 쓰레기 태우기, 과일 따기 등등 허리가 휠 정도로 일이 많았습니다.
저도 많이 도와줬습니다. 그래서 할머니가 고생했다고 스시도 많이 사주셨습니다.
부엌에 있는 가마다나입니다. 옛날에 우리나라에도 조왕신, 성주신 등이 있었는데
일본에도 집안의 부엌과 양식을 관장하는 신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그 신을 모신
가미다나입니다. 위패 앞에 오차가 놓여 있어 웃음이 나옵니다.
은근한 푸념을 늘어놓으면서도 이모는 할머니가 준꼬~하고 불러도 아침 일찍부터 해가 쨍쨍한 12시까지 열심히 일을 해서 마치 농부 같았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모는 늘 부지런했었는데 그래서 아마 이렇게 잘 사는 듯 싶습니다.
참, 그리고 이모부의 성함은 家田 春男(이에다 하루오)으로 지극히 쉬운 한자로 구성된 이름이라 외우기가 아주 쉽습니다.
이모부의 형이라는 분은 일본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라는 히타치 고등학교를 나오셨다는데 지금은 유빙쿄쿠쵸우(우체국장)의 자리에 있고 치바현에 맨션도 가지고 계실 정도로 부유하시다고 합니다.
요즘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내각총리대신이 우체국을 체신청 산하의 기관으로 두느냐 아니면 민간 업체로 격하시킬 것이냐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하는데 일본 우체국 직원들 이제 공무원이 아니게 생겼습니다. 뉴스에서도 중의원, 참의원 의원들과 고이즈미 총리가 격론을 벌이는 모습이 자주 나왔습니다.
후로입니다. 일본의 일반 가정집에는 다 이렇게 후로가 있어서 공중 목욕탕인 센
토가 다 망할 지경입니다.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밤 늦게 이 후로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피로가 싹 가십니다. 항상 보일러로 물을 데우기 때문에 늘 물이 따뜻하고
물은 버리지 않고 계속 씁니다. 그러니까 들어가기 전에 일차적으로 몸을 깨끗하
게 씻고 들어가야 합니다. 대단한 물절약 정신!
이모부의 누나라는 분은 저도 뵌적이 있는데 중 3때 일본에 갔을 때는 엄마한테 유카타를 선물해 주셨고 저한테는 일본식 여름 옷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게다가 일본의 화폐들까지 종류별로(만엔은 제외)주셔서 정말 감사했었습니다.
이번에도 저한테 만엔(한화 10만원)이나 주셨습니다.
선수나 연예인들도 찾아온다는 큰 골프장을 운영하고 계신다는데 집은 의외로 소박했습니다.
아저씨는 키도 작고 얼굴이 붉으스름한 것이 영락없는 술꾼으로 보였구요. ^^
속 좀 썩이신다고 합니다.
일본에는 욕실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위생적입니다. 이모네 집에는 화장실이 두
곳이 있었습니다. 늘 깨끗하게 사용하는데 창문 밖에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숲에서 상쾌한 바람이 들어옵니다.
아무튼 쾌적한 주변 환경과 더불어 좋으신 할머니와 이모부와 사는 이모는 농삿일 하느라고 힘들어 보이긴 했으나 정말 행복해 보였고 부러웠습니다.
시댁 식구들도 모두 이모한테 잘해준다니 이모는 스트레스 하나는 받지 않고 살 것 같습니다.
농촌에 시집와서 시부모 모시고 열심히 사는 이모를 어느 누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모는 한국보다 일본이 훨씬 살기 편하다고 말합니다.
그 어렵다는 일본 면허증 취득도 하고 이케바나 자격증도 땄다니 이모도 대단합니다.
일본에 오래 살아도 일본어를 능숙하게 못하는 한국 사람도 많다는데 이모는 정말 네이티브 수준입니다.
할머니와 이모부의 많은 지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권에서 시집온 아줌마들은 남편, 시부모랑 말도 안통하고 자상하게 한국어를 가르쳐주지 않아서 엄청 고생하는데 말이죠.
이모네 집 뒷편의 나무들입니다. 물이 콸콸 내려오는 작은 계곡도 있어 피서지로
그만입니다. 세탁용 물은 이 계곡물을 파이프로 받아서 씁니다.
내년에는 이모부께서 30년간 다니던 후지 필름을 그만두시고 장사를 하신다고 하는데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할머니는 안정적인 직장을 버린다고 펄쩍 뛰신다는데......
이모부께서는 이중성도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회사 간부직에 계셔서 매우 엄격하고 공사 구분이 철저한데다가 까다로워 부하 직원들이 호랑이 상사라고 여긴다는데 집에서는 정말 너무 달라지시니 신기할 따름......
내년에 이모부랑 이모가 장사하게 되면 한번 가서 구경도 하고 중 3때는 대충 했던 도쿄 여행을 제대로 해볼 작정입니다. 혼자서......
특히 동아시아의 뜨거운 감자인 야쓰쿠니 신사, 일본 국영 방송국인 NHK 센터, 일본 최고의 명문 국립대로 세계 대학 랭킹 12위인 도쿄대와 사립 명문대의 대표인 와세다대도 견학해보고 싶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저도 대학생이 되는데......
이제 제 긴 글을 마치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는지, 아니면 사진만 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고 보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남은 사진들을 밑에 올리겠습니다. 설명과 함께......
할머니 방에 있는 불단입니다. 가격이 천만원대나 된다고 하는데 이 불단에 돌아
가신 할아버지와 선대조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가져간 소주
(니혼슈보다 한국의 소주를 좋아하는 일본인도 많다고 하네요. 이모부도 한국 소
주 좋아하십니다)와 유과도 올렸습니다. 외부에서 손님이 찾아오면 여기에다 고
합니다.(향을 피우거나 종을 울려 혼령을 일깨웁니다)
위부터 차례대로 복도와 거실을 구분하는 단문과 쇼지문, 그리고 이불 및 보이기
싫은 잡동사니들을 넣어두는 오시이레입니다.
한국에도 이런 붙박이장이 있으면 가구로 인해 방이 좁아지는 단점이 없을텐데
......엄마가 가장 부러워하는 점입니다.
도코노마입니다. 어둡게 나와서 파이인데......
이케바나나 조형물, 인형, 족자등을 배치해서 감상하는 공간입니다. 바닥보다
높여 올린 단입니다.
이모부, 이모방의 만월창입니다. 독특한 창살이 운치 있습니다.
별채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 위 천장에 달린 예쁜 등입니다.
별채 방에 쓰려트려 놓은 문짝입니다. 그림이 예쁩니다.
다다미입니다. 이모는 값비싼 다다미가 손상될까봐 그 위에 돗자리를 깔았는데
사진은 돗자리가 깔리지 않은 부분입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여 공기를 정화해주는 기능을 한다는 다다미
는 두꺼운 볏짚으로 짠 부들 위에 골풀로 엮어 만든 부드러운 판을 붙여 만든 것으
로 깔기 시작한 역사는 무로마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합니다.
이것도 부러운 일본 주택의 문화입니다.
집 앞의 구지가와가 홍수나지 않도록 비는 뜻에서 세운 지장보살로 집 밖에 있습
니다. 지장보살은 아이의 수호불이자 재난을 방지하는,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보살
입니다.
이모 집 바로 앞을 흐르는 구지가와입니다. 꽤 길고 수량이 풍부합니다. 낚시하
는 사람들도 몇몇 보이는 한가로운 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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