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년대 스피커, 21세기의 상징 아이팟, 패션 디자이너 헬무트 랭의 아이팟 케이스. 시공을 초월한 이들의 결합은
블렌드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일체형, 혼합형, 퓨전과 같은 용어로 ‘블렌드(Blend)’ 현상을 정의 내리려는 움직임이 있어왔다.
하지만 2006년의 블렌딩은 이전보다 더 심층적으로, 인간 심리를 자극하는 그 무엇으로 체질 강화를 하고 있다. 감성과 편리 두 가지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디자인, 인간 본연의 심리와 시대가 만들어낸 디자인 키워드 ‘블렌딩’에 대해 살펴본다.

DVD와 캠코더의 기능이 결합된 소니 DVD 캠코더 DCR-DVD803. 휴대폰, 일반 전화, 리모컨의 기능이 결합된
KT Ann폰. DMB 수신이 가능한 LG IBM X 노트 익스프레스 노트북.

클래식한 디자인을 첨단 기술로 재탄생시킨 카르텔의 루이 고스트 체어가 연속적으로 놓인 배경과 클래식한 TV장을 첨단
소재로 풀어본 보그21의 멀티미디어 컨테이너.

오래전 사용했던 소반을 차가운 금속성 소재로 재구성한 소반 레노베이션으로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 씨가 제안했다.
브라운관 TV의 전형적인 형태에 PMP란 첨단 기술로 만든 아이리버 U10.

디자이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쎄컨호텔이 일러스트레이터 이찬호 씨와 함께 만든 화투 프로젝트. 스텔라 맥카트니와
아디아스가 함께한 여성용 기능성 스포츠 웨어. 소니 에릭손과 워크맨이 함께 만든 휴대폰 W600i.

가장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블렌딩 형태이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제품에 다양한 기능이 결합되고 이것은 다시
기술의 결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 유지되어온 이 화두는 기술 시대가 낳은 필연적인 디자인이다. 다기능주의적인 관점으로 지속 발전될
이것은 기술이 발전하는 한 멈추지 않으며 대중의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결합을 가능하게 하고, 편리함에 대한 최대의 만족감을 안겨준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강화될수록 기능의 단순화를 향한 목소리들은 점차 높아질 수도 있다.
캠코더 + DVD 플레이어/레코더
소니의 DVD 캠코더
DCR-DVD803. 300만 화소대의 캠코더로 2.7인치 와이드 LCD, 5.1채널 서라운드 녹음이 가능한 이 제품은 높은 품질의 선명하고
깨끗한 영상을 구현한다. 호환되는 미디어 포맷을 늘려 DVD 플레이어와 컴퓨터, 그리고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등 무엇으로든 쉽게 재생할 수 있도록
했다. 촬영이 완료되면 스크린당 6개의 섬네일이 자동으로 형성되어 정지 영상과 동영상의 목록 생성이 쉽고 빠르다. 다양한 각도와 촬영을 가능케
하는 녹화, 정지 버튼, 줌 기능 등 터치패드 방식으로 한글이 지원되는 3D 애니메이션 메뉴를 채용하였다. www.sony.co.kr
휴대폰+일반 전화+리모컨 KT Ann폰 LG
GT-9183
개인 휴대폰 시장이 성장가도를 달리는 동안 가정용 유·무선 전화기는 존재의 위협마저 느끼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KT는 안(Ann)폰 시리즈를 통해 휴대폰의 편리함과 집 전화의 저렴함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통화 단말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
휴대폰의 편리한 기능을 가진 무선 폰으로 SMS, 폰북, LG 휴대폰의 이지한글 입력 체계, 20여 종의 64화음 뮤직 벨소리를 지원하고,
1.5인치 컬러의 그래픽 LCD 등 휴대폰의 장점을 따온 것이다. 단축 키, 문자 서비스, 리모컨 기능까지 결합하여 점차 이용 빈도가 낮아지고
있는 집 전화를 진일보시켰다. www.kt.co.kr
DMB+노트북 X노트 익스프레스 LW20
이제 노트북 선택의
기준은 단순한 컴퓨터로서의 사양을 뛰어넘어 멀티미디어로서의 기능성에 대한 부분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세계 최초로 지상파 DMB 노트북을 선보였던
LG전자가 내놓은 12.1인치 ‘X노트 익스프레스 LW20’. 언제 어디서나 DVD 타이틀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전원을 끄지 않고도 ODD를
교환할 수 있는 핫 스와프(Hot-Swap) 방식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DMB 시청을 원할 때는 TV를 끄지 않고도 DMB 모듈로 바꿀 수
있게 했다. 또한 16:10 비율의 12.1인치 화면은 ‘파인 브라이트(Fine Bright) LCD’ 기술을 채택,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대비를 명확하게 하여 실감 나는 동영상 구현에 초점을 맞추는 등 모바일 시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했다. www.lge.co.kr
게임+스마트폰 노키아 N-Gage QD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달로 등장하게 된 휴대용 게임폰 노키아의 ‘엔-게이지(N-Gage)’. 블루투스 방식에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성과 통신상의 특성을 반영한
3D 멀티 게임 플레이어로, 게임 외에 캘린더, 주소록, 이메일, 웹브라우징 서비스 등다양한 기능이 제공된다.
www.nokia.co

기술의 진보와 사용자 간의 심리적 괴리감으로 인해 기능과 기술로는 충족되지 않는 부분에 감성적 요소들이
결합되었다. 휴머니티를 추구하며 버튼 하나에서부터 사용자와의 모든 접점에 감성 디자인 요소가 적용된다. 단순화된 형태와 실루엣, 심플한 도시
스타일의 미니멀하고 하이테크적인 성향을 한걸음 뒤로 물러나 바라보며 다양한 소재의 결합, 자연물을 모티브로 한 표현, 옛것과 첨단 소재의
결합으로 재구성하는 등 결여된 ‘2%’를 위해 다양한 방식의 결합이 시도되고 있다.
클래식+첨단 기술 카르텔의 루이 고스트(Louis Ghost)
체어
가구 브랜드 카르텔의 최고 파트너로 통하는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루이 고스트 체어는 루이 15세 시대의 영감을
카르텔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2분에 한 개꼴로 의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이 브랜드에서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이용해 여러 가지
색상의 루이 고스트 체어를 탄생시켰다. 이 의자는 폴리카보네이트를 단일 모듈에 투입하여 주조하는 방식에 기록할 만한 예라고 한다. 이렇듯
고전적인 형태가 투명성을 지닌 소재를 통해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제품이 되었다. 필립 스탁은 루이 고스트 이후에 전형적인 클래식 스툴을 변형시킨
‘샤를 고스트’ 시리즈와 루이 고스트의 팔걸이 부분을 삭제하여 완성한 빅토리아 고스트 등 연관 제품을 계속적으로 디자인하고 있다. www.chair2.co.kr
클래식+첨단 소재 보그(Wogg) 21 시리즈
스위스의 가구
브랜드 ‘보그’가 선보이는 수납용 가구, 멀티미디어 컨테이너와 책상처럼 활용할 수 있는 시크리테어(Secretaire), 옷장으로 구성된 이 세
가지 제품은 클래식한 형태에 대한 재해석으로 접근했다. 1960~1970년대 사용하던 ‘비키니 옷장’과 TV가 처음 등장하던 시절에 TV와 함께
놓였던 TV장의 형태를 연상시킨다. 전통적인 장이 그러했던 것처럼, 얇은 아크릴 판재로 이뤄진 미닫이 방식의 문을 닫으면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을
준다. 사용자의 필요에 맞는 기능을 제공하면서 고급스러움과 모던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옷장과 멀티미티어 컨테이너뿐만 아니라
하나의 유닛으로 작업 환경을 완성할 수 있는 시크리테어까지 이는 완벽한 오피스 공간에도, 원룸에 거주하는 싱글족에게도 매력적인 가구가 될 수
있게 했다. www.wellz.co.kr
추억+시스템 보그 24 시리즈의 침대
과거 유목 시대의 주거
형태는 나무로 골조를 세우고 천, 가죽, 나무껍질 등을 덮개로 해서 ‘텐트’를 만들어 생활했다. 오늘날 텐트는 일상 주거 수단이 아닌 야영,
아웃도어 라이프를 위한 임시용·야영용 주거 수단이 되었다. 기술의 발달에 따른 생활 환경의 변화는 인간이 더 이상 텐트와 같은 곳에서 생활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텐트에서 느낄 수 있는 낭만과 추억에 대한 이야깃거리는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보그는 바로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그들 특유의 시스템적인 특성과 맞물린 텐트와도 같은 침대를 선보였다. 다양한 침대 하부에는 서랍식으로 된 다양한 수납
공간을 갖추고, 그것을 테이블로도 사용할 수 있게 했으며, 침대 위로는 텐트를 치듯 얇은 천을 둘러 로망을 담아냈다. www.wogg.ch

현대화된 제품들의 ‘새 것 같은 냄새’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도 있다. 눈에 익숙한, 손에 익숙한 무언가를
더 선호하는 것이다. 이제 막 만들어진 것 같은 정교한 아름다움보다 낡고 바랜 듯한 것에 더 애착을 갖게 된다. 일부러 그런 느낌을 자아낼 수
있도록 제품을 디자인하는가 하면, 기존의 것들을 다시 꺼내어 요즘의 제품들과 결합시키는 것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옛날 물건의 형태와 기능의 접점에서 발견한 현대화된 디자인이 하나의 유머가 되기도
한다.
전통+취향
소반 레노베이션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 씨는 ‘블렌드’란
키워드를 듣자마자 꼭 보여주고 싶은 아이디어로 이 소반을 묘사하기 시작했다. 황학동 ‘순례’ 중 어느 가게 수납장 꼭대기에 ‘박혀 있던’ 이
소반의 다리에 매료되어 주인에게 소반을 내려놓아 달라고 요청했고, 그 소반이 그 꼭대기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았다고 했다. 다리가 받치고
있는 상판이 너무 허술했던 것이었다. 낡고 오래된 것은 물론이며, 다리의 모양새에 비해 훌륭하지 못했다는 그의 평가. 그래서 월간
<디자인> 특집 기사 진행에 도움도 줄 겸 한번 소반을 요즘식으로 재구성해보겠다고 했다. 장인의 손맛에 심취한 그는 거칠게 다듬은
금속 상판과 나무 다리의 결합을 ‘옛것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에 비유했다.
익숙함+첨단 기술
아이리버 U10 우리 눈에 익숙한 브라운관 TV의
전형적인 모습에 PMP란 기능을 결합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세계 최초로 다이렉트 클릭
시스템을 도입해 모든 버튼을 없애고 상하좌우의 네 방향으로 화면을 직접 누르며 제어할 수 있게 했다. 90도로 회전 가능한 화면은 텍스트
뷰어로서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한편 포토 앨범, 동영상 플레이와 게임 등 멀티플레이 기능을 제공한다. 데크에 장착하면 완전한 브라운관 TV의
형태를 갖추게 되며 이는 손바닥 위에 얹어놓고 보는 TV의 느낌을 강조한다. 리모컨과 내장된 스피커로 실제 TV의 완전한 축소판인 듯한 느낌을
준다. www.iriver.co.kr

상징성+시대상
스위스 아미 나이프(Swiss Army
Knife)의 USB 메모리 휴대성을 강조한 제품 디자인 사례의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Swiss Army Knife)’
혹은 ‘빅토리녹스 나이프’. 우리에겐 <맥가이버>란 외화를 통해 더 친숙해진 만능 해결사 ‘맥가이버 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극
중에서 주인공 맥가이버에겐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꼭 필요한 순간에 본래 기능을 넘어선 가치를 발휘하는 유용한 소품이다. 그것이 1980년대
‘맥가이버 칼’의 역할이었다면, 2000년 정보화 사회의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 지금의 맥가이버 칼은 어떤 모습일까?
스위스빗(Swissbit) 그룹에서 선보인 ‘스위스메모리 USB 빅토리녹스(Swissmemory TM USB Victorinox)’는 빅토리녹스
포켓 나이프에 정보화 사회의 필수품 중 하나인 저장 장치를 연결한 것이다. 최대 1GB까지 저장 가능한 이 USB 메모리 나이프는 오랜 전통을
지닌 휴대성, 유용성의 상징에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제품이다. www.swissbit.com

제품이 그런 것처럼 브랜드들도 섞이고 있다. 무수한 브랜드들이 경쟁하고 있는 요즘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주기 위해, 브랜드 이미지를 재고하기 위해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아티스트, 혹은 지향하는 바가 비슷한 이종(異種) 브랜드
간의 협업이 활성화 되고 있다. 브랜드 가치 상승을 위한 열쇠가 된 셈이다. 이는 브랜드들의 문화적 움직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이렇게 뜻을
같이하며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한다.
스텔라 맥카트니와 아디다스
2004년 9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와 아디다스가 파트너십을 체결, ‘아이다스 by 스텔라 맥카트니 스포트 퍼포먼스 컬렉션’을 선보인
바 있다. 아디다스는 요지 야마모토와 함께한 브랜드 Y3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스포츠 패션 라인을 전개해오고 있다. 이 둘의 결합이
지금껏 있어왔던 만남과 다른 것은 패션과 트렌디함을 앞세운 디자인이 아니라 실제 올림픽에 출전해도 무방할 정도의 패션을 완성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디다스의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여성용 기능성 스포츠 웨어라는 형식으로 담겨지게 된다. 제안을 받아들인 스텔라 맥카트니 역시
그동안 여성들이 스포츠 웨어 시장에서 남성들의 그늘에 가려져 미적인 것과 기능적인 것 사이에서 항상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에 공감했다.
그녀의 타고난 감각과 유머가 아이다스의 정통 노하우와 결합하여 고밀도 충격 흡수, 안정성 강화 기술, 발의 움직임 보장 기술, 신발의
내구성·유연성 강화와 같이 스포츠 과학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능주의 패션을 완성했다. 그리고 가격도 기존 퍼포먼스 컬렉션보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낮췄다.
www.adidas.co.kr/stella
소니 에릭슨과 워크맨 W600i 워크맨 폰
음악 마니아들을 위해
소니 에릭슨과 소니 워크맨이 손을 잡았다. 국내에서도 삼성과 아이팟이 손을 잡고 휴대폰 체질 강화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 가운데 유럽
시장을 거점으로 전개되고 있는 소니 에릭슨이 휴대용 뮤직 플레이어의 역사를 열어준 워크맨과 결합한 것은 우리의 향수를 자극하는 블렌딩 행위이기도
하다. 물론 그 안에는 FM 라디오 수신, CD 리핑(ripping, CD 플레이어에 맞물리면 트랙이 기계 안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파일로
변하여 저장되는 기능) 프로그램, 동영상, 게임, 카메라 등의 멀티플레이어 기능을 포괄한다. 이제 더 이상 워크맨의 추억은 카세트테이프에 의존해
들려오지 않게 되었으나 우리의 주머니 속에는 그보다 몇 배 더 훌륭한 기능을 수행하는 복합적인 무언가가 들어 있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그
시절의 그 음악, 그 이야깃거리들은 그 어떤 기술로도 충족시켜줄 수 없는 것이다. www.sonyericsson.com
쎄컨호텔과 이찬호의 화투
협업의 형태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디자인의 실험성과 기능주의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쎄컨호텔’이 뜻을 같이하는 디자이너들과 함께한 첫 프로젝트가
완성되었다. 일러스트레이터 이찬호 씨와 함께한 화투 디자인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복덕방 할아버지들에게 드려도’ 그분들이 바로 꺼내어 칠 수
있게 디자인하라. 이들은 화투에 숫자를 써놓았다. 화투에 그려진 그림으로 계절을 이야기하고 열두 달을 이야기하던 우리 조상들의 방식을 그대로
담아내어 요즘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써놓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화투의 뒷면은 원래의 것과 똑같이 한다는 것. 화투를 칠 때의 소리와 느낌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